영어질문

한국어교육개론 화석화

클릭후확인 2023. 1. 2. 23:00
반응형

한국어교육개론 화석화

언어가 통시적으로 변화를 겪어 오는 과정에서 남긴 잔재나 흔적. 언어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를 겪게 되는데, 그러한 과정에서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은 잔재를 남기는 경우가 있다. 언어의 변화가 해당되는 모든 예들에 일률적으로 다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변화의 과정에서 어떤 언어 요소가 존재했던 흔적을 남기는 경우도 있다. 바로 이러한 잔재나 흔적을 화석(化石)이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언어의 어떤 요소가 화석으로 남게 되는 현상을 화석화(化石化)라 한다.

화석의 대표적인 예로서는 어떤 단어가 사어화(死語化)하였으나 특정한 복합어나 파생어에 그 잔재가 남아 있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애타다, 애끓다’의 ‘애’가 그런 예 중의 하나이다. 이 ‘애’는 ‘창자’를 뜻하는 고유어 단어였는데 현대국어에서는 이 단어가 사어화하여 쓰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이 단어가 흔적도 없이 말끔히 사라진 것은 아니고 ‘애타다, 애끓다’와 같은 복합어에 그 잔재를 남기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맘때’(그밖에 ‘그맘때, 저맘때’도 있다.)의 제2음절 말음 ‘ㅁ’은 ‘때’가 어두 위치에 ‘ㅂ’을 가지고 있었던 흔적이라 할 수 있다. ‘이맘때’는 ‘이만 ’에 소급하는바(‘때[時]’는 중세 국어에서 ‘ㅄ’계 어두 자음군을 가지는 단어( )였다), ‘이만’의 ‘ㄴ’이 ‘ ’의 첫 자음 ‘ㅂ’에 동화되어 ‘ㅁ’으로 되고(이맘 ), 이어서 ‘ㅄ’계 어두 자음군이 사라지면서 ‘이맘때’가 형성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맘때’의 제2음절 말음 ‘ㅁ’은 ‘ ’의 첫 자음 ‘ㅂ’이 스스로는 사라지면서 그 흔적을 남긴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언어의 화석과 관련하여 한 가지 분명히 해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예컨대 ‘애타다’의 경우 ‘애타다’ 전체를 화석이라고 할 것인가, ‘애’만을 화석이라고 할 것인가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애타다’의 ‘애’는 언어 변화(사어화한 단어)의 잔재로서 통시적인 요소(통시태)이지만 ‘애타다’ 전체는 현대 국어에서도 쓰이고 있는 공시적인 요소(공시태)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화석은 언어 변화의 유물이므로 공시태를 화석이라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애타다’의 경우 ‘애’만을 화석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리고 ‘애타다’ 전체는 화석을 담고 있는 언어 형식이므로 화석형(化石形)이라 부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렇게 화석과 화석형을 구별하면 화석이란 ‘공시적인 언어 형식 속에 포함되어 있는 통시적인 요소’라고 정의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언어의 화석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을 수 있다. 언어의 화석에는 우선 언어의 어떤 단위와 관련된 단위 화석(單位化石)이 있을 수 있다. 언어의 단위에는 음운, 형태소, 단어, 문장이 있는데, 단위 화석의 하위 부류로는 음운 화석(音韻化石)과 형태 화석(形態化石)만을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어의 경우 화석과 관련하여서는 대개 단일 형태소로 된 것들이 논의의 대상이 되므로, 형태소와 단어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형태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되고, 문장의 경우는 그 속성상 한 덩어리로 굳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문장의 화석은 쉽게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음운 화석에는 다시 음운의 형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 형식 화석(形式化石)과 어떤 음운이 스스로는 사라지면서 흔적만 남긴 흔적 화석(痕迹化石)이 있을 수 있다.

형태는 일정한 형식과 의미와 기능을 가지는데, 그 전체가 다 화석화하는 경우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형식만이 문제된다든가, 의미만 이 문제된다든가, 기능만이 문제되는 수도 있다. 따라서 형태 화석에는 형식 화석(形式化石), 의미 화석(意味化石), 기능 화석(機能化石)의 하위 부류가 있을 수 있다.

한편 언어의 화석에는 규칙과 관련된 규칙 화석(規則化石)도 있을 수 있다. 어떤 규칙이 사라지면서 그 흔적을 남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규칙 화석에는 다시 음운 규칙 화석(音韻規則化石)과 형태 규칙 화석(形態規則化石)이 있을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통사 규칙의 화석도 있을 수 있겠으나 쉽게 확인되지 않는다. 문장이란 그때그때 다시 만들어지는 것이지 만들어진 다음에 어디에 저장되는 것은 아니라서 통사 규칙이 화석으로 남기는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화석 [fossil] (방언학 사전, 2003. 9. 30., 태학사)

 

학습에 도움이 되었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반응형